중보자가 있었기에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천하에 잘 났다고 뽐내던 난봉꾼이 남편의 책임도 다하지 아니하고 아버지의 책임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하루가 멀게 기생방을 드나들며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부족하여 가족들 몰래 많은 재산을 팔아 그 돈을 가지고 눈 맞은 젊은 여인을 데리고 머나 먼 곳으로 도망하여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집 떠난 지 몇 년이 되었을 무렵 가진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함께 살던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가버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난봉쟁이는 빌어먹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서 이 집 저 집 문전을 찾아 다니면서 걸식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시골에서 거지 생활을 계속하는 사이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하루는 혼자 곰곰이 생각하기를 "시골에서 얻어 먹으나 서울에서 얻어 먹으나, 사람들이 나를 보고 거지라고 말하기는 마찬가지니, 그런 소리를 들을 바에야 서울로 가는 것이 더 좋지"



"서울 가면 구경도 싫건 할 수 있고, 지하 상가에 들어가면 잘 곳도 많이 있고, 매일 부자들이 사는 동리에 가서 구걸하면 시골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좋은 음식도 얻어 먹을 수 있고, 또 지금처럼 배고픈 생활은 없어지겠지" 


"그래, 서울로 가자" 이와 같은 결심을 한 영감은 가진 돈이라곤 한푼도 없으면서 몰래 서울행 기차에 올라타고 서울로 올라갔으니, 시골에서 얻어먹던 거지가 서울 거지가 된 것입니다.



따뜻한 봄날 부자들이 많이 사는 회현동 골목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좋은 집들이 있는 것을 보고 "여기 있는 많은 집들은 어떤 놈들이 살고 있기에 이렇게도 좋을까?, 모두 도적놈들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돈을 많이 벌었을까?. 하여튼 여기 사는 놈들은 참 좋겠다." 이유 없이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는데, 대궐 같은 집의 문패를 처다 보는 순간 영감은 깜짝 놀라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답니다.



분명히 옛날에 자신이 지어준 이름, 수 없이 부르던 아들의 이름이 아닌가?, 에이 세상에는 같은 이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다른 사람이겠지, 영감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정말 아들이 이 집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너무나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감은 용기를 내어 그 집 초인종을 눌렀더니, 어린 손자의 손을 잡은 할머니가 대문을 열더니, "이것이나 가지고 가세요"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손에 들고 나옵니다.


돈을 주려는 부잣집 할머니와 돈을 받으려는 거지 영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크게 놀라고 말았지요.



20년 전에 헤어진 그 아내와 그 남편 세월은 흘렀지만 어찌 모를 리가 있겠어요?, 영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복받치는 감정을 감추려고 대문을 열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닫는 순간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충격을 받고 쓰러졌던 영감은 한참 후 정신을 차렸습니다. "정말 내 아들이 사는 집이 맞구나. 훌륭하게 자라난 아들의 얼굴 한번이라도 만나 봤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 아비 노릇 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만난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처량한 자신의 신세만을 타령하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집안에서도 야단이 났습니다. 거지 동냥 주려고 나갔던 시어머니가 대문 가에 쓰러져 의식불명이 되었으니, 빨리 병원 주치의에게 연락하여 집까지 와서 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왕진 나온 의사는 주사 몇 대를 꼽고서는, "갑자기 받은 큰 충격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곧 회복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을 남기고 왕진의는 돌아갔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던 아들도 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 침대 옆에 서서 울고 있는데, 의식이 돌아온 어머니는 눈을 뜨더니 옆에 서 있는 아들을 바라보게 되었지요.


아들은 "어머니 어찌 된 겁니까?"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어머니는 아들을 향하여 무거운 입을 열더니 "얘야 내 가슴 위에 손을 얹어 다오" 그리고는 아들의 손을 꽉 잡은 어머니는 


"네게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 이것은 꼭 들어줘야 한다"


"네 !, 어머니 어서 말씀하세요"


"어머니 소원은 무엇이든 다 들어 드릴께요"


"그래 고맙다 !" 



어머니는 아들에게 "대문밖에 가면 거지 영감이 있을 것이니 그 분을 내 방으로 불러오너라" 영문도 모른 아들은 대문 밖에 나가 보니 아까 들어 올 때 울고 있던 영감이 아직 그 곳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영감 이리 들어오세요" 영감은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난 날에 지은 죄가 너무나 커서 양심의 가책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영감은 아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마당을 지나 현관을 거쳐 집안으로 들어가 할머니가 누워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서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울고 있는데 누워 있던 할머니는 


"여보 이리 오시오" 영감은 부들 부들 떨면서 할머니의 침대 가까이 갔습니다.


누워 있던 할머니는 아들을 향하여 "얘야 내 가슴 위에 다시 손을 얹어라" 아들이 손을 얹자, 영감을 향해 "당신도 여기에 손을 얹어요" 아들의 손 위에 더러운 영감의 손을 잡아당겨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난 할머니는 영감과 아들의 손을 꽉 잡고 말하기를 "얘야 이분은 내 남편이고 또 너의 아버지시다. 어서 아버님하고 불러라"고 말하니까 아들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말이기에 거절할 수 없어 입을 열어 "아버지" 하고 불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영감은 "그래 고맙다"  영감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쏟아집니다.


할머니는 다시 영감을 향하여 "어서 아들의 이름을 불러요" 영감은 양심의 가책으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더듬거리다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깨어 난 영감은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었으니, 이제부터는 초라하고 남루한 거지가 아니고 남편의 지위가 회복 되었지요. 또 아버지의 지위가 회복 되었으며 재롱 부리는 아이의 할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끊어졌던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는 어머니의 중보를 통해 다시 이어진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에게는 이 보다 더 크고 놀라운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이었던 저와 여러분은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의 사이는 완전히 끊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망 속에 깊이 빠져 있는 우리를 주님께서 삶의 길을 열어 주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피를 쏟으시면서 "하나님 아버지, 나의 피를 보시고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와 같이 부르짖으실 때 하나님께서는 "오냐 용서해 주마" 그리하여 주홍 같이 붉고 태산 같이 크고 엄청나게 무거운 죄,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였지만 주님의 대속의 피 공로로 저와 여러분의 죄는 흰 눈 같이 깨끗하게 사함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영원히 기억하지 않겠다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 주시면서 영생의 길을 허락해 주셨으니, 주님의 그 무한하신 은혜, 무엇으로 갚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멘!   아멘!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디모데전서 2장 5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한복음 14장 6절)



(1992년 3월 1일 주일, 제가 "참된 자유"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내용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