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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고문서가 맛 있는 대게를

Author
admin user
Date
2018-08-22 22:59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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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고문서가 맛 있는 대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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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은 미국의 Veterans Day였다. 딸로부터 게(蟹) 먹으러 가자는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딸이 말하기를 "아버지, 오늘은 Veterans Day이기 때문에 재향군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있을 수 있으니, 군에서 복무하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있으면 가져 오세요"라는 것이었다. 군에서 제대한지 반세기도 더 지났는데, 지금까지 무슨 서류가 남아 있을까? 아무리 찾아 보아도 제대군인 임을 입증할만한 서류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생각나기를 군 복무 시절인 1954년 봄,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에 가서, 미 해군 통신학교 영사기 취급과정을 수료한 후, 미 해군이 발행한 수료증이 남아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문서철을 뒤져 찾았더니, 필자의 수중에 들어온 지 5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탓에 색이 누렇게 바래진 고문서였다. 찾아낸 수료증과 알범에 붙어 있는 해군 복장을 한 흑백 사진 두 장을 함께 들고 자녀들과 함께 San Diego로 내려갔다.


 


5시 30분 경, 필자와 함께 내려간 가족 9명은 게를 먹을 수 있는 Buffet Restauran에 도착했다. 이 Buffet Restaurant은 특별한 손님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기에 그 날은 Veterans Day인 관계로 입장 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차례에 따라 8명은 1인 당 30불에 근접한 금액을 지불해야만 했고, 필자에 대하여는 60년 전 사진 만으로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하여, ID Card로 확인한 다음, $28.70을 계상 하였다가 다시 감액 처리하는 수속을 취한 후 입장케 하는 것이었다.


  


젊은 손자 손녀들은 모두 여러 가지 음식들을 고루 고루 가져와서 먹는데,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모두 영덕 대게와 같은 커다란 붉은 게만 들고 와서 열심히 까먹는 것이었다. 늙은 섬에 더 많이 든다는 옛말이 있듯이, 필자가 먹어 치운 것도 한 마리를 반으로 나눈 것 6개와, 또 큰 가재 하나를 깨끗하게 먹어 치웠으니, 한편으론 과식한 것이 아닌가 무척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아무런 고통 없이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게를 먹기 시작하자, 옛날 생각이 머리에 떠 올랐다. 1950년도 중반 휴전이 되고 난 후 동해 해상 경비를 위해 출동 하고 있을 때, 전선에서 고생하는 해군 장병들에게 노고와 은혜를 위로하고 보답 한다면서, 해상에서 어로 작업하던 어부들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함정에 기증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식당 요원들은 대형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대게를 꺼내서 바다 물에 설렁설렁 씻고는, 옷을 빠는 세탁기에 넣어 스팀으로 찐 것을 철야 근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이 그렇게도 맛 있었던 그 옛날 일들이 머리에 떠 오르는 것이었다.


 


옛날 일들이 머리에 떠 오른다는 것은 아직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니 감사한 일이고,


한국 재향군인을 미국 식당에서 예우해 주는 것이니 이 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많이 먹었는데도 발병하지 않았으니 이것도 감사한 일이고,


장거리 밤길 운전이 어려운 것을 감지한 손자 손녀들이 대신 운전해 주니 역시 감사한 일이다.


넘어가는 햇살 속에서 사는 황혼 인생에게 나들이 할 수 있는 따뜻함을 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고,


왕복 3시간의 장 거리를 무사히 다녀오게 하신 것도 감사한 일이다.


식당 주위에는 온통 소돔 고모라 성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눈 팔지 않게 하심도 감사하고,


영육 간의 건강을 더해 주시니 무한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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