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게시판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Author
김영란
Date
2020-03-10 23:25
Views
309


택배 상자 속의 어머니 / 박상률

서울 과낙 구 실림 이동
소리 나는 대로 꼬불꼬불 적힌 아들네 주소
칠순 어머니 글씨다
용케도 택배 상자는 꼬불꼬불 옆길로 새지 않고
남도 그 먼 데서 하루 만에 서울 아들 집을 찾아왔다

아이고 ! 어무니 그물처럼 단단한
노끈을 엮어 놓은 상자를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곡소리
나는 상자 위에 엎드렸다
어무니 ! 으쩌자고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소
차마 칼로 싹둑 자를 수없어
노끈 매듭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까다시피 해서 풀었다
칠십 평생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히 묶으며 살아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당신의 관을 미리
이토록 단단히 묶어 놓은 것만 같다
나는 어머니 가시지 마시라고
매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풀어버렸다

상자 뚜껑을 열 자 양파 한 자루,
감자 몇 알, 마늘 몇 쪽, 제사떡 몇 덩이,
풋콩 몇 주먹,이 들어있다
아니 어머니 목숨이 들어있다
아! 그리고
두 홉짜리 소주병에 담긴 참기름 한 병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참기름 몇 방울 쳐서라도
끼니 거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은 어머니의 무덤에 엎드려 끝내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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